ARTSOHYANG NEWS

수많은 점으로 피워낸 나무·꽃·들판

- 따뜻한 감성의 작품 58점 소개
- 전시 오픈 전 완판… 스타성 입증

쌀알 같은 색점이 모여 잎이 무성한 나무를 완성한다. 점은 한몸인 듯 바람에 움직이며 사락사락 이파리 부딪히는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이영지의 ‘눈물 나게 니가 보고 싶을 때’. 아트소향 제공

‘나무 그림’을 그리는 작가 이영지(사진)의 개인전 ‘속닥속닥’이 부산 해운대구 아트소향에서 다음 달 4일까지 열린다. 표제작 ‘눈물나게 니가 보고 싶을 때’를 포함해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58점은 지난 3일 전시 오픈 전에 모두 예약판매 됐다.


‘스타 작가’라는 명성답게 예약대기자 수가 작품 수의 10배에 달했다고 한다. 미술시장 호황에 따른 반짝 인기가 아니다. “부산에서 잠시 쉬고 싶어서 개인전을 준비했다”고 할 정도로 15년 동안 쉬지 않고 작업했고, 미술 애호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그다.

그림 속 등장하는 나무는 작가 이영지 자신이다. “점이 모여 선과 면이 되듯, 반복적이고 섬세한 점들이 모여 무성한 나무 한 그루를 만들어요. 가진 것도, 보여줄 것도 없는 저 또한 시간이 지나면 한 그루의 나무가 될 거라는 바람에서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새가 등장하고, 달 꽃 들판 등이 하나씩 그의 그림에 들어왔다. “새를 자세히 보면 표정이 없어요. 날갯짓 고갯짓에서 상상되는 이야기는 관객의 몫으로 남기려고요. 어느 할머니는 꽃바구니를 든 새를 보고 일찍 떠난 자식이 떠오르셨대요. 저도 제 그림을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저마다 사는 방식과 세월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이 볼 수 있겠어요.”

작가의 그림에서 하늘은 특히 더 아름답다. 서정적인 파스텔 톤으로 물들거나 꽃별이 피어난다. 아빠가 있는 하늘을 예쁘게 그려보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20대 시절 아빠에게 힘든 일을 털어놨더니 ‘시간이 해결해 줄 때가 있다. 그럴 땐 하늘을 바라보고 숨을 크게 쉬어봐’라고 하셨는데, 오래되지 않아 마지막 남기신 말이 됐어요. 한동안은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그러다 아빠가 계신 하늘을 정말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따뜻함과 편안함을 주는 그림이지만 ‘노동집약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작업 방식은 편하지 않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한지를 여러 장 겹친 장지 위에 천연아교를 사용해 반수 처리를 하고, 이 작업을 통해 분채의 맑고 선명한 색감을 낸다. 오래된 한지의 느낌을 나타내기 위해 원하는 질감이 나올 때까지 밑색을 여러 번 덧칠하며 흐린 먹으로 무늬를 입히는 작업을 한다. “전통기법을 쓰려니 번거롭기도 하지만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좋아 끝까지 고수하려고 해요. 의식적으로 작품에 변화를 주겠단 생각은 안해요.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달라지면 작업에도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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