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입힌 숲…인공적인 자연이 안겨주는 역설적 위안
정영환 개인전 ‘Silent Forest’
캔버스 위에서 마주하는 그의 숲은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면서도 생경하다. ‘숲 덩어리’는 뒷산 공원 길을 따라 늘어선 조경에서 흔히 볼 법한 모습이지만 동시에 생경한 느낌이 드는 것은 지구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색을 입고 있어서다.
<정영환 작가의 ‘mindscape_162.2x130.3cm_acrylic on canvas_2024’. 아트소향 제공>
‘푸른 숲’ 작가로 알려진 정영환이 다음 달 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아트소향에서 개인전 ‘Silent Forest’를 연다. 비현실과 현실을 버무린, 이상향의 숲을 담은 ‘Mind scape’연작 등 16점을 선보인다.
정영환 작가의 작업은 진짜 풍경이 아니라 계산되고 계획되고 만들어진 풍경이다. 실제 자연에서 발췌한 현실과 작가의 상상이 버무려진 비현실을 섞어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직의 나무를 보자. 풍성한 이파리는 실경에 가깝지만, 잎에 비해 가느다란 기둥은 이것이 실경이 아닌 계획된 조경에 따른 풍경임을 말한다. 특히 가운데를 중심으로 정확히 대칭을 이루는 나무, 수직과 수평으로 줄지어 늘어선 숲은 ‘만들어진 것’을 대변함과 동시에 무한한 편안함을 준다.
작가는 “제 그림에는 장소와 시간이 배제돼 있지만 여백이 강조되면서 이를 통해 자유로운 상상을 할 공간을 만들어냈다”며 “한국 문인화 같은 여백이 강조되고 숲이 공중에 떠 있어 비현실성이 더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의 숲에 비현실성을 더하는 큰 요소는 ‘색(色)’이다. 채도·농도를 달리한 다채로운 푸른색, 노을이 짙게 물든 것 같은 붉은색을 입은 숲은 동화나 영화 속에나 등장할 듯 몽환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색의 변주를 시도한 신작도 만날 수 있다. 흰 바탕에 놓은 푸른 숲이 고요하고 차분했다면 칠판이 연상되는 짙푸른 바탕 위에 놓인 푸른 숲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보라색 바탕에 푸른색과 붉은색 나무가 뒤섞인 작품은 단색 위주의 이전 작업보다 훨씬 더 몽환적 분위기를 풍긴다. 차분한 색의 숲 가운데 자리 잡은 쨍하게 밝은 노란색 나무는 경쾌하다. 그의 작품은 오는 12일까지 벡스코에서 열리는 아트부산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