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정득용 개인전 설치 전경. 사진 속 작품은 'Trace' 연작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20여 년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하며 활동해 온 정득용 작가의 첫 부산 개인전 ‘너의 접시, 나의 물병’이 부산 해운대구 아트소향에서 열리고 있다.전시와 아트페어 참여 등으로 국내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작가는 두 나라를 오가며 작업 중이다.정득용, 기둥 주변의 누군가, 2019. 아트소향 제공이번 부산 전시에선 설치 작품을 비롯해 평면 작업, 인체 브론즈 조각 등 약 30점을 선보인다. 그는 전통적인 조각 기법으로 석고 두상을 직접 제작하거나, 유럽의 이름 모를 장인이 제작한 빈티지 브론즈상을 산 뒤 샌딩 머신으로 일부를 지우면서 나오는 그 안의 숨겨진 공간을 찾아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조각은 덧붙이는 것이지만, 이것은 기존 이미지를 지움으로써 원래 있던 것과 지워진 것과 조합을 시킨 것”이라면서 “보이는 이미지와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중첩해 조화를 이루는 작업이 참으로 재미있다”고 설명했다.정득용 개인전 설치 전경. 사진 속 작품은 '만남'(Contatto) 시리즈 중에서. 아트소향 제공평면 작업은 빈 그릇과 컵 같은 빈 용기를 이차원적으로 만들어서 투명한 천에 프레스 판화 기법으로 찍어서, 이것을 두 겹 혹은 세 겹 겹치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새로운 공간의 실루엣이 묘한 시각적 울림을 전해준다.특히 중첩된 이미지 사이에 생긴 공간이 마치 홀로그램 같은 느낌도 드는데, 이는 정득용만이 표현할 수 있는 깊이라고 한다. 작가는 서울시립대 환경조각과와 밀라노 브레라 아카데미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일·월요일 휴무)이다.
2025-10-09
[부산일보]
■ 김우진 개인전대전 출신…14일까지 아트소향“예술성·대중성 고루 갖춰 인기"(김우진의 전시 작품 중에서. 사진은 'Dog'(2025). 아트소향 제공)(김우진의 전시 작품 중에서. 사진은 'Deer'(2025). 김은영 기자)지난달 17일 시작해 오는 14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센텀중앙로 아트소향에서 열리는 김우진 개인전은 ‘그때의 너도, 지금의 너도, 이곳에 올 수 있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이유 없이 웃고, 작은 것에도 설레던 순간들, 알록달록 동물들과 함께, 잊고 지낸 순수함을 다시 만나 보자”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전시장에 들어서자, 입구에서부터 커다란 큰 개 한 마리가 늠름하게 지키고 있다. 작가가 어릴 적 마당에서 키웠다는 기억 속의 그 ‘개’이다.그 옆에는 강아지도 한 마리 있다. 계단을 내려서면 털이 북슬북슬한 대형 사자도 있고, 그 옆으로는 김우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알록달록 사슴 여러 마리가 보인다.('Lion'(2025) 옆에서 포즈를 취한 김우진 작가. 김은영 기자)(김우진의 전시 작품 중에서. 사진은 'Crane'(2024). 아트소향 제공)칸막이는 아니지만 경계를 넘어서자, 이번에는 7마리 학 세트 ‘Crane’(2025)이 퍼드득 날갯짓을 한다. 김우진도 “학을 주제로 한 건 최근 들어서인데 조류는 처음 도전한 셈”이라고 말했다. 벽 쪽으로는 부조 10점도 걸려 있다. 마지막 구획 공간에는 사슴, 또 사슴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 다르다. 동물원이 따로 없다.“개인전을 할 때마다 하나의 주제로 작품은 준비하지만 발전되고 변형하고 있어요. 같은 작품으로 전시하진 않아요.” 1년 만에 부산에서 여는 전시회인 만큼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아트소향 전시장 층고가 높고 넓어서 이번엔 큰 작품 위주로 20여 점을 준비했습니다. 공간에 맞춘 전시여야 할 테니까요.” 공간을 활용한, 장소 특정적 전시라는 말은 이럴 때 쓰면 될 듯하다.‘동물 사육사’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 꿈과 ‘유토피아’는 김우진 작가의 작품 세계에 잘 반영돼 있다. 동물을 만들 때도 작은 원칙이 있었다고 한다. 어릴 때 키워보고 싶었던 동물들이다.김우진의 조각은 덧붙여 나가기 법칙을 따른다고 한다. 수많은 스테인리스 스틸 유닛이 마치 세포처럼 하나하나 작가의 손에 의해 용접돼 이어 붙여져 완성된다. 단단하고 차가울 법한 스테인리스 조각이 매우 자연스러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게다가 특유의 색감이 보태지면서 심지어 따뜻하고 아름다운가 하면 우아함마저 전해진다.(김우진의 전시 작품 중에서. 사진은 'Deer'(2025). 아트소향 제공)(김우진의 전시 작품 중에서. 사진은 'Deer'(2025). 아트소향 제공)그도 처음엔 원색의 플라스틱 의자 색채를 그대로 썼다는데 그 뒤 진화해서 빨강, 초록, 파랑, 노랑, 주황으로 구성된 오리지널 컬러를 완성했고, 그 조합이 사슴과 개, 말과 토끼 등 친숙한 동물 표면에 얹히면서 작가의 시그니처가 된 것이다. 최근엔 두세 가지 색채로 이루어진 모노컬러 시리즈와 파스텔톤 컬러 조합을 선보여 사랑받고 있다. ‘예쁜 작품’에 대한 편견도 이미 그는 넘어선 듯하다. 작품성(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얻는 ‘김우진 스타일’이 이대로 계속될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진다. 한남대 미술교육과와 일반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한 김우진 작가 작업실은 현재 대전 인근인 충남 논산에 있다.
2025-06-04
[국제신문]
김우진 작가 ‘그때의 너도…’- 아트소향서 대형 작품 21점 전시- 스테인리스 화려한 색채 등 눈길이곳은 ‘동물 천국’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어미 개와 조그만 강아지가 반갑게 관람객을 맞는다. 안으로 들어가면 복실복실한 갈기가 위협적이기보다 포근해보이는 사자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고, 말과 사슴이 유유자적 산책을 즐기듯 걸어간다. 나뭇가지처럼 뿔이 쭉쭉 뻗은 크고 작은 사슴들도 매력적이다. 가장 압권은 학 무리들이다. 날개를 펼치고 물을 마시고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를 즐기는 일곱 마리의 학은 마치 우리 곁에서 날아오르는 듯 생생하다. 육식과 초식 동물이 어울려 가장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이곳, 김우진 작가가 그리는 ‘유토피아’이다.(김우진 작가의 ‘Crane’. 7마리 학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했다. 아트소향 제공)대중적으로 유명한 김우진 작가의 개인전 ‘그때의 너도, 지금의 너도, 이곳에 올 수 있어’가 아트소향(부산 해운대구 센텀중앙로 55)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작가의 대형 조각 설치 작품 21점을 볼 수 있는 전시다.(김우진 작가의 'Dog'. 아트소향 제공)김우진 작가는 스테인리스 소재 조각(유닛)을 얼기설기 엮고 다채로운 색깔을 더해 동물의 이상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조각으로 유명하다. 한남대 미술교육과와 대학원(조소과)을 졸업한 이후 국내외 다수의 공간에서 전시를 진행한 그는 한강 신도시 등 국내 여러 도시에 공공 조형물을 설치해 잘 알려져 있다. BTS 멤버 뷔와 개그맨 이수근 등 유명인이 작품을 소장한 것이 알려지면서 대중에게 더욱 주목받았다. 현재 중국 상하이 파워롱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진행해 국제 무대에서도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김우진 작가의 'Deer'. 아트소향 제공)어릴 적 동물사육사를 꿈꿀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는 작가가 빚어낸 그들의 모습은 신비로우면서도 품위 있다. 조각의 형태는 스테인리스 유닛이 얽혀 있어 추상적이지만, 정밀한 설계로 완성한 모습은 동물의 가장 편안하면서도 당당한 순간이 담겼다.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는 신비로우면서 고귀한 느낌마저 준다. 스테인리스라는 강인한 소재는 동물의 생명력이 퇴색되지 않고 영원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겼다. 동물사육사의 꿈을 동물 조각이란 작업으로 펼쳐낸 김우진 작가는 “우리가 색안경으로 바라본 그 세상이 유토피아 아닐까.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한 오답노트가 결국 내 삶이고, 지금 작가로 가는 이 길이 행복하다”며 자신이 구현한 유토피아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시는 다음 달 14일까지.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