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소향에서 내달 6일까지
- 폭 5m 두루마리 작품 눈길
잔잔한 눈이 소복이 내리는 겨울 풍경이다. 작지만 촘촘히 내리는 눈과 쌓인 눈, 곳곳에 서 있는 나무는 평온하고 포근한 겨울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저 평범한 풍경화인 줄 알았던 뿌연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무 사이 또 다른 나무 그림이 숨겨져 있거나 눈 속에 파묻혔고, 누군가의 손이 나무를 들고 있다. 토르소(몸통만 남은 조각)·책·집·자동차 등 일상의 소재가 눈 내리는 화면 곳곳에 어울리지 않게 배치되어 있기도 하다. 이것은 현실일까, 혹은 의식과 무의식의 모호한 경계일까. 고요히 멈춘 풍경 속에 사라진 기억의 흔적은 아닐까.
윤병운 작가의 개인전 ‘대기의 대기’가 아트소향(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열리고 있다. 눈이 내려 시야가 희미하게 흐려진 화면에 독특한 오브제를 배치해 현실과 꿈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최근작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윤병운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와 같은 대학원 석·박사를 졸업하고 현재 부산교대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3년 첫 개인전을 시작해 미국 아랍에미리트 영국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전시를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대기(공기)’의 존재감이 선명하다. 항상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공기는 작가의 화면에서 눈의 자잘한 입자로 인해 표면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화면과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의 배치, 즉 낯선 공간에 모순적인 이미지의 배치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며 대기는 그림 속 화면과 사물, 관객을 이어주는 ‘막’이 된다. 작가가 펼쳐낸 기억의 파편들이 현실도 꿈도 아닌 새로운 풍경이 되는 것이다.
특히 폭 5m 크기의 대형 두루마리 작품 ‘Pause in the Air’는 작가와 관객 사이의 대기를 걷어내는 과정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어둠이 내려앉은 숲처럼 보이는 광활한 공간에 아주 작은 한 명의 인물이 서 있다. 작품으로 다가갈수록 관객은 그 인물에 집중하며 아득한 무의식의 세계와 마주하며 화면 속 일부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 전시는 다음 달 6일까지.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