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빈·콰야의 ‘어른의 동화’ 시즌 2
아트소향서 내달 22일까지 전시…인간 희로애락 담담하게 표현
감성빈. 어두워 보이지만 따뜻하다. 그림 속 인물은 상심과 슬픔에 잠겨 얼굴이 잔뜩 구겨져 있다. 날것 그대로의 표정은 감정을 곧잘 숨겨야 하는 어른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서로 껴안은 모습에서는 위로와 온기를 느낀다. 조각 작가 감성빈의 회화는 액자까지 작품이다. 나무 액자에 새긴 사람들이 회화 속 인물을 감싸고 슬픔을 함께 위로한다.
콰야. 따뜻해 보이지만 어둡다. 다채로운 색감의 아이들은 놀이하듯 천진하고 몽환적이다. 직관적 형상과 강렬한 색감, 거칠고 자유분방한 붓터치는 콰야만의 스타일이다. 동화 한 장면처럼 따뜻해 보이지만 무표정의 아이에게선 생기보단 고요함이, 끈으로 얽히거나 가파른 계단에 올라선 작품에선 긴장감과 위태로움마저 느껴진다. 그저 예쁘기만 한 그림은 아니다.
인간 감정에 대한 깊은 시선과 태도로 사랑받는 감성빈·콰야 작가가 2인전을 선보인다.
부산 해운대구 아트소향은 시각적으로 매우 다른 두 작가지만, 인간 희로애락 감정과 서사를 덤덤하게 표현한다는 공통점에서 전시 ‘어른의 동화Ⅱ’를 기획했다. 2018년 ‘어른의 동화Ⅰ’ 이후 5년 만에 이어지는 이 전시는 다음 달 22일까지 이어진다.
감성빈의 ‘어른의 동화Ⅰ’은 친형을 잃은 슬픔 한가운데서 작업하던 그 시절보다 지금은 조금 더 감정이 정돈되고 따뜻해졌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 덕분이라고 했다. 그 사이 회화도 달라졌다. 조각면처럼 분할해 입체감을 살린 드로잉은 ‘조각 같은 회화’이다.
그는 “처음엔 입체에 회화성을 입히려고 고민했다. 드로잉에 익숙해지면서 회화에 조각성을 올리게 됐고, 나만의 작업으로 연결될 수 있게 꾸준히 연구 중이다. 언젠가 회화와 조각이 상관 없는, 맞닿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콰야는 ‘어른의 동화’라는 주제로 작업하다가 문득 아이들의 ‘동화(童話)’가 아닌 서로 닮아지는 ‘동화(同化)’를 떠올렸다. ‘각자의 길로 당기기’ ‘얽힌 실을 풀어나가는 것’ 등 아이들이 끈에 묶인 작품이 그것이다.
콰야는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담아냈다. 동화라는 판타지 속에서 각자의 해석과 다양한 이야기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품 ‘위로를 주고 받는 것’은 서로 껴안거나 감싸는 모습이 감성빈의 작업과 잘 어울린다.
최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