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누비는 작가 김민송展
- 내년 1월 4일까지 아트소향
- 강렬한 지중해 바다로 새 작업
“대자연 앞에 선 저는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더군요. 변하지 않는 자연에서 위로받았고, 그것을 놓치지 않고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붓을 들었던 것 같아요.”
< 김민송 작가의 ‘별을 찾아서’. 그는 아트소향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안티키테라’에서 바다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강조한 작품을 다수 전시했다. 아트소향 제공 >
이제 서른 중반인 김민송 작가는 그동안 척박한 자연을 탐험해 왔다. 여행을 통해 보고 느낀 광활한 사막과 오아시스가 그림의 주요 소재가 됐다. 황폐하지만 생명이 꿈틀대는 곳, 별빛이 쏟아지는 밤이면 신비로움이 가득한 그곳. 작가는 스스로 루피너스(꽃의 일종)가 되어 몽환적이면서 아름다운 사막의 풍경을 펼쳐 놓았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바다로 시선을 옮겼다. 지중해의 형언할 수 없는 위대함과 아름다움에 매료된 작가는 그곳을 수집하고 그림으로 옮기며 자연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 부산 미술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민송 작가. 아트소향 제공 >
김민송 작가의 개인전 ‘안티키테라(Antikythera)-영원한, 그리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고찰’이 아트소향(부산 해운대구 센텀중앙로)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의 기존 작업을 이어간 작품과 새로운 시리즈 등 신작 50여 점을 소개한 전시다.
부산 대표 청년 작가인 그는 부산대(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고, 여러 아트페어에서 주목받았다. 부산대와 BNK금융그룹, 신세계 그랜드 조선 제주를 비롯한 다수 공간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대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기존의 작업을 이어간 사막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한층 웅장해졌다.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Big Rock’은 2층 층고 높이의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작품으로, 황폐하고 메마른 땅 위로 우뚝 솟은 거대한 돌산과 그곳에 뿌리를 내린 선인장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처음 선보이는 바다 시리즈는 새로운 도전이다. 지난해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진행한 레지던시에 참여한 작가는 그리스 크레타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보낸 경험을 작품에 녹여 냈다. 그중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지중해의 짙고 깊은 바다. 망망대해에 배를 띄우고 누워 바다의 고요함과 광활함을 온몸으로 느낀 그는 자연의 ‘날 것’을 그대로 기록하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바다 시리즈는 자연 그대로의 야성적인 면을 우아한 색채로 물들여 강렬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사람이 만드는 미술품보다 더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자연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어 기존의 작업과 달리 바다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고 소개했다.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호기심의 방’은 자신을 드러낸 공간이다. 수집광인 그는 해외 레지던시 기간 모은 조개와 수석, 엽서, 지도, 지구본 등 수백 점을 전시장으로 옮겼다. 또 전시 제목인 ‘안티키테라(고대 그리스인이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하기 위해 발명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 최초의 천문학 컴퓨터)’를 재해석한 작품과 기후 위기로 고통받는 그리스의 현재를 드러낸 작품을 통해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힌트도 준다. 작가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수집에 집착했던 행위가 결국 그것을 모으는 순간과 자연을 간직하고 싶었던 나인 것 같아 작업실을 통째로 옮겼다”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속도가 버거울 때 변하지 않는 자연과 우주에서 위로받았고, 그것이 그림 그리는 행위로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내년 1월 4일까지 화~토 오전 11시~오후 6시, 일·월 휴무. (051)747-0715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